[특별기고] 수출 상장기업으로 변화해야


지난 3월 대전과학산업진흥원에서 흥미로운 보고서를 발표했다. 대전을 비롯한 6대 광역시의 상장기업에 관한 분석이었다. 대전의 상장기업 수는 총 57개로 6대 광역시 중 인천, 부산에 이어 세 번째이며, 시총 기준으로는 인천 다음으로 두 번째로 높았다. 대전의 기업들은 가장 짧은 상장 기간(13.2년), 가장 높은 상장 증가율(11.9%)을 보이며 전국 지방 도시 중 빠르게 기업도시로 발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충청지역 기업인들에게는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다.

이제 대전의 수출 성과에 대해 주목해 보자. 2014년 말 기준 대전의 총수출은 47억 달러를 기록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2023년 말 기준으로 43억 달러를 기록해 10년 전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전체 수출은 5727억 달러에서 6322억 달러로 10.4% 성장을 했으니, 대전은 전국 평균 수출성장률 이하의 성적을 거둔 것이다. 전국 17개 지자체별 수출 순위에 있어서도 대전의 수출은 대구와 전북 다음으로 14번째를 기록했다. 화려한 대전의 상장기업 성적에 비해 수출 성과가 저조한 이유가 궁금하다. 이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다각도의 면밀한 조사와 분석이 필요하지만, 대전 상장기업의 특성에서 일부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대전의 상장기업은 현재 매출과 수출이 많은 기업보다는 향후 성장 가능성이 큰 미래 유망산업군의 첨단기업들이 대부분이다. 즉, 주가수익비율(PER)이 높은 기업들이 많은 것이다. 통상 PER이 높은 기업들은 현재 매출과 순이익이 낮더라도 향후 발생할 성장 및 기대수익을 미리 반영하기에 높은 시총을 형성한다. 제약바이오, 항공우주, 로봇, 인공지능 등 대전의 주요 상장기업들은 대표적인 고 PER 산업군에 속하기에 수출 규모와 시총 사이에 괴리가 크고, 고용 창출, 세수 확보 면에서 지역경제 기여도가 낮은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이 문제를 풀 수 있을까? 대전시와 중앙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정책과 지원책이 필요하다. 우선적으로 대규모 생산제조, 연구개발이 가능한 미래지향적 ‘첨단 AI 산업단지’가 조성돼야 한다. 만성적인 인력난을 대체할 수 있고 충분한 용수와 전력 공급이 가능한 인공지능로봇 플랫폼의 산업단지가 지속적으로 공급돼야 한다. 대전시는 현재 전체 면적의 56.3%(303.2㎢)가 그린벨트로 묶여 있고, 이중 해제가 가능한 면적은 6%(18.2㎢)에 불과하다. 그린벨트 해제를 위한 획기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특히 대전 인접 세종, 청주, 금산, 논산 등 주변 지자체와의 첨단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협력도 모색해야 한다. 둘째로 ‘지역인재 유치’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얼마 전 대전의 모 대학 총장께서 “졸업생의 90% 이상이 졸업과 동시에 서울과 경기권으로 떠나고 있어, 충청권 인재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인구 580만 명의 싱가포르가 세계 최고의 금융, 물류 허브로 유지되는 이유 중 하나가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파격적인 장학제도이다. 싱가포르 교육청은 우수 외국인 학생에 대해 장학금을 주고, 대학 졸업 후 의무적으로 일정 기간 싱가포르에서 근무하게 한다. 대전시와 지역의 대학 및 기업들이 협력해 이런 제도와 정책을 구상해 보길 제안한다. 셋째로 ‘충청권 메가시티’ 구성이다. 대전을 둘러싸고 있는 인접 충남권(금산, 논산, 공주, 계룡 등), 세종, 청주 등을 합치면 약 300만 명 규모의 메가시티가 탄생한다. 각 도시와 지자체의 특성을 살리면서 도로교통, 산업단지, 전시장 인프라 조성 및 인재 육성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한다면 비용을 절감하고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 부산, 인천 등과 경쟁할 수 있는 기업도시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간 대전의 기업들은 눈부신 성과와 발전을 이룩했다. 상장기업 상위도시에서 이제 본격적인 매출과 수출 확대를 통해 고용을 창출하고 세수가 확대돼 지역사회와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초우량 수출 상장기업이 많이 탄생하길 기대해 본다.

이상준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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