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논단] 대학 교육과 재정 위기


대학을 향한 부정적 시각이 상당히 거세다. 일부 지방대학의 존재 이유를 모르겠다는 비판도 팽배한다. 대학 교육에 관한 다양한 무용론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배운 지식이 업무 수행에 별로 도움이 안 된다는 괴리 현상을 지적하곤 한다. 오래전부터 형성된 이러한 여론을 대할 때면 교육자로서 가슴이 아프다.

대학 교육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시각만큼 대학들 역시 위기를 인식하고 있다. 서울과 경기도 소재 대학은 재정 충당과 신입생 충원에 별 어려움이 없지만, 지방대학은 말 그대로 고사 위기이다. 학령인구 급감은 지방대학에 직격탄이 됐다. 서울에서 거리가 먼 대학일수록 신입생 정원을 채우기 어려워졌다.

신입생 충원 부족은 대학 재정 부실로 이어지고 있다. 대교협은 2025년부터 대학 기관평가 인증제에 대학의 재정 건전성을 평가하는 지표를 만들겠다고 한다. 이 정책은 대학의 재정 부실화가 이미 시작되고 있음을 반영한 것이다. 대부분 대학은 등록금으로 운영된다. 더욱이 등록금 의존 비율이 높은 지방 사립대학은 재정 기반이 취약해 더욱 어렵다. 이런 위기가 지속한다면, 대학은 재정 부실로 폐교 위기에 봉착할 것이다.

대학의 재정 부실은 대학만의 책임이 아니다. 일차 원인은 정부의 무분별한 대학 인가에서 찾아야 한다. 과거 학령인구 급증으로 대학에 입학하지 못한 수험생이 많았다. 이것이 사회적 쟁점이 되자, 정부는 인구 변화 추이를 고려하지 않고 대학 설립을 허가했다. 그 당시 대학 숫자의 두 배가 넘는 대학을 연차적으로 인가함으로, 현재는 대한민국에는 330개 대학이 있다. 인구 대비 대학이 지나치게 많아졌다. 대학 설립이 쉬워지면서 재정이 부실한 학교 법인도 생겨났다. 현재 대학은 입학 정원보다 대학 입학 예정자가 더 적은 기현상이 생겼다. 잘못된 대학 인허가 정책이 만든 실책이다.

또 다른 대학 위기 역시 당국과 정치인의 실수이다. 학생들의 반값 등록금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자, 정치인들은 국가 장학금 명목으로 반값 등록금 정책을 만들었다. 이는 사회 복지 차원에서 충분히 용인할 수 있다. 유럽 국가들이 대학 교육을 의무화하거나 자국 학생에게는 다양한 등록금 혜택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정치인들의 선거용으로 전락한 대학 등록금 동결이다. 정부는 2009년부터 지금까지 반강제로 대학 등록금을 동결하고 있다. 대학 등록금이 제자리걸음 하는 동안 물가는 천정부지로 올라갔다. 대학가 주변 식당의 식비는 대략 네 배가 올랐다. 대학 교재도 어림잡아 세 배가 올랐다. 등록금이 동결된 지방대학은 재정 부족으로 시설 정비와 확충을 포기해야 한다. 재정수지의 악화는 학문 연구의 부실화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교수들은 대학의 부실화를 지켜보며 이직을 고민 중이다.

세계 속의 한국 대학의 위상은 앞으로 더 나아질 것 같지 않다. 대학의 명성은 우수 인재 양성이 좌우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대학 재정의 부실화가 심화하면 교육의 백년대계는 사라질 것이다.

세계대학 순위가 발표될 때마다 온 국민이 한국 대학의 위상을 확인하고 자부심을 느낀다. 국내의 몇몇 대학이 세계 유수 대학과 비슷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만족하곤 한다. 그러나 대학 교육을 위한 재정 지원 정책과 등록금 동결 조치를 하루빨리 풀지 않으면 한국 대학의 장래는 어두울 것이다.

대학의 명성과 연구 수준이 세계적이어야 국가 경쟁력이 살아난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원천도 교육열이었다. 밥은 못 먹어도 자녀 교육은 하겠다는 부모의 열정이 오늘의 경제 대국을 만들 수 있었다. 대학이 학문적 성과를 축적해야 그 나라의 장래가 밝아진다. 대학의 경쟁력 강화는 재정 투자에서 시작된다. 유럽과 미국 정부가 대학에 대대적인 재정 지원을 하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다. 우리 대학의 연구 역량이 강화되고 발전할 수 있도록 국가의 정책 변화와 등록금 동결 해제를 기대해 본다.

신인철 한국침례신학대학교 신학과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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