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 뮤지컬 ‘경종수정실록’, 손에 땀을 쥐게하는 ‘꽃미남’ 3인극


사극 뮤지컬 ‘경종수정실록’이 대학로에서 공연 중이다. 조선시대 18세기 초, 경종 2년의 시점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로 숙종과 장희빈에 대한 트라우마를 안고 왕위를 지키고 있는 조선의 20대 임금 ‘경종’과 흔들리는 왕권의 혼란을 틈타 왕위를 위협하는 동생 ‘연잉군’, 그리고 이 모든 일을 기록하는 사관인 ‘홍수찬’ 세 사람의 이야기를 그려낸 작품이다.

이 뮤지컬은 지난 2019년과 2021년 공연 당시 연달아 흥행에 성공하며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창작 뮤지컬 시장에서 사극 열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사극 열풍이 살짝 잠잠해진 요즘, 3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뮤지컬 ‘경종수정실록’의 가장 큰 매력은 시종일관 극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한다는 점이다. 첫 장면부터 경종과 검객 간의 칼싸움으로 시작한다. 천동 번개가 내려치는 듯한 피아노 소리가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막과 막 사이에도 흘러나오는 첼로와 피아노, 기타로 구성된 3인조 라이브 밴드의 연주에 관객은 인터미션 없는 110분 동안 내내 긴장을 놓을 수 없다.

‘경종수정실록’은 오직 3명 배우의 힘으로 이끌어가는 3인극이다. 3명을 둘러싼 개인적이고 역사적인 갈등에 극적인 감정이 오고간다. 노론과 소론, 그리고 왕권 간의 당쟁이 격화된 시기인데다 왕손의 얽키고 설킨 운명적 갈등까지 긴장감을 놓을 수 없다.

경종은 숙종과 장희빈의 아들로 노론 때문에 어머니를 잃었다. 연잉군은 이복동생이지만 노론 덕분에 왕세자 자리에 올랐다. 형제지만 왕과 왕세자이므로 왕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정치적 갈등을 빚는다. 사관인 홍수찬은 형제와 어릴 적부터 친구이지만 형제의 아버지 숙종 때문에 자신의 아버지를 잃었다.

경종의 꿈과 현실을 넘나들며 극에 긴장감을 더한다. 경종의 병환인 기면증 또는 졸음증 때문에 극적인 상상의 장면이 종종 나온다. 꿈에서는 과거와 현실, 미래 구분이 없고, 생과 죽음 경계가 흐릿하다. 나중에는 관객들도 꿈과 현실이 잘 구분가지 않는다.

3인이 제각각 가진 상처와 콤플렉스는 극적 긴장감과 함께 공감대를 형성한다. 경종은 카리스마 넘치는 아버지 밑에서 계속 벗어나려고 한다. 하지만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면 왕권이 약해지는 위험이 있다. “아버지의 그늘을 벗어나려는 아이”같지만 결국 아버지와 비슷해진다. 어머니가 무수리 출신인 연잉군도 고귀한 피와 비천한 피 사이에 태어났다는 콤플렉스가 있다. 사관 홍수찬도 감정과 원칙 사이에 고뇌한다. 하지만 사관이라는 소명으로 콤플렉스 극복해보려 노력한다.

뮤지컬 ‘경종수정실록’은 오는 11월 10일까지 대학로 티오엠 1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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