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기차 운행교육 없이 안전 없다
최근 전국을 이른바 ‘전기차 포비아’로 몰아넣었던 벤츠 전기차 화재 원인에 대한 국과수의 발표가 있었다. 크게는 배터리 일부에서 화재가 시작됐다는 부분과 배터리관리 시스템인 BMS의 데이터 추출 실패, 전기차 운전자가 배터리 바닥에 충격을 줘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배재할 수 없다는 언급이었다.
이번 국과수 발표에서 앞서 언급한 내용에서 운전자의 전기차 바닥에 대한 충격으로 인한 화재 발생 가능성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첫째 이번 사건에서 주차장에 전기차를 약 60시간 주차한 이후에 화재가 발생한 만큼 운전자의 과실은 언급하기 쉽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번 국과수 언급으로 운전자의 부담이 크게 늘어났다.
일반적으로 전기차 바닥은 약간이라도 긁힌 흔적이 있는 경우가 상당수다. 따라서 이렇게까지 언급한 부분은 크게 충격을 주어 흔적이 남은 부분에 위치한 배터리셀 부위에서 화재가 시작했다는 뜻이다. 경찰이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확인해 증거로 입증하지 못하면 이 의미는 희석될 것으로 예상된다. 필자도 벤츠 전기차 감식 자문으로 참석해 현장에 있었지만 이 흔적이 과연 완벽한 물증으로 입증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
두 번째로는 입증이 되도 운전자가 할 수 있는 보상 방법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아마도 약 1000억원으로 예상되는 손해배상을 개인이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고민도 되지만 국과수의 이번 발표는 뉘앙스에 따라 제작사와 배터리사에게는 면죄부를 줄 수도 있는 만큼 공방이 예상된다.
또한 배터리에 반복적인 충격을 줬다는 것은 입증도 어렵지만, 약간의 문제가 있는 배터리셀 등에 전기차 운행상의 충격이 일종의 ‘트리거’ 효과로 나타날 수 있는 부분도 배제할 수 없다.
세 번째로 필자가 항상 언급하는 운전자의 전기차 운행 방법의 교육이다. 수년 전부터 필자는 전기차 안전운전 교육과 구조의 차이점을 가르칠 수 있는 기본적인 교육과 매뉴얼 제작을 항상 언급했다. 그러나 이번 종합대책에선 이에 대한 언급은 없는 상황이다. 반면 필자에게 전기차 관련 안전교육을 요청하는 경우는 지금도 많다.
전기차는 엔진과 변속기 대신 배터리와 모터만 포함된 일부 수정된 이동수단이 아닌, 새로운 이동수단으로 한 마디로 ‘움직이는 가전제품’이라 판단해야 한다. 따라서 운행시의 차이점이 크다. 원페달 드라이빙, 제로백의 태생적인 특성, 회생제동의 장단점, 정비 상의 차이점은 물론이고 바닥에 배터리가 배치되는 특성상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과속방지턱을 치면서 운행하면 안 되는 특성도 지니고 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내연기관차를 운행하면서 국도의 도료가 벗겨지고 높이와 폭이 다른 과속방지턱을 여러 번 치면서 지나간 경험이 많다. 그러나 전기차는 배터리 바닥에 충격을 반복적으로 주게 되면 배터리셀의 단락 등을 유발시킬 수 있다.
침수도로의 경우도 내연기관차 대비 낮은 최저 지상고로 인해 타이어의 과반만 물에 잠겨도 지나가면 안되고 우회도로를 찾아야 한다. 역시 젖은 손으로 충전하지 않기, 충전율 제어로 안전을 도모하기 등 우리가 알던 내연기관차와 크게 다르다는 것이다.
이번 발표는 전기차주들에게 안전운전의 중요성을 더욱 일깨워주는 사례다. 현대차그룹과 같은 제작사와 정부 부처도 전기차 안전교육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할 것이다. 이번 사건이 하루속히 성숙된 결과로 도출되기를 바라면서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