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금희 ʺ가슴아픈 기억 잊기 전에···마음의 상처 수리하세요ʺ
“어른이 되어 ‘대온실 수리 보고서’ 작업을 하면서 수리 작업에 필요한 고증을 하듯 빠짐없이 복원해서 앞으로 나갈 수 있는 에너지로 삼는 과정을 그리고 싶었어요.”
십대 때 큰 상처를 입었던 여성 ‘영두’가 창경궁의 대온실 수리 보고서 작업을 하면서 자신의 상처와 마주하고 기억도 자아도 ‘수리’와 ‘재건’에 나선다. 소설가 김금희가 쓴 장편 소설 ‘대온실 수리 보고서’의 줄거리다.
김금희 소설가는 서울 창비 사옥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기억이라는 게 자아와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버리고 없애고 지우고 망각해서는 자신을 조금씩 잊어버리고 허비하는 것에 가깝다”며 이를 수리하고 재건에 나선 이유를 이 같이 설명했다.
장편은 캔버스를 넓게 쓸 수 있어 끌린다
기존에는 카페에서 작업을 했지만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작업실을 공유 오피스로 옮겼다. 그 과정에서 실존 인물을 토대로 극중 창경원을 설계한 ‘후쿠다 노보루’의 삶에 새롭게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그가 꼽는 장편 소설의 매력은 “캔버스를 넓게 쓰는 것”이라며 “호흡을 길게 가져갈 수 있고 인물에 대해서도 많이, 다양하게 말해줄 수 있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도 조심하는 것은 ‘객관성’ 즉 자신과의 거리다. “아무리 좋은 문장이라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문장인지, 나 이렇게도 쓸 수 있다 자랑하는 문장인지 냉정하게 가르는 편이에요.”
역사 소설이지만 개인과의 연결성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는 “일제 강점기 배경의 이야기는 개인적 삶에서는 조금 먼 문제이기도 하니까 관심 갖기가 어렵다”며 “문자 할머니 이야기를 통해 개인적, 감정적 이입할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한때는 나이가 들면 소설은 그만 쓰고 책만 읽고 싶다고 생각하던 그였지만 최근 들어 생각이 바뀌었다. “이순재 선생님이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에 출연해 ‘우리는 소비하는 자들이 아니라 창조하는 자들이야’라고 소리를 치는 대목에서 눈물이 났다”며 “선생님도 그렇게 하시는데 끝까지 써보자 마음을 고쳐먹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