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스트] 퇴직연금 수익률 높이려면


퇴직연금 관련 뉴스가 연일 화두에 오르내리고 있다. 퇴직연금 계약자가 기존 상품을 해지하지 않고 운용사만 변경할 수 있는 실물 이전 서비스가 10월 31일부터 시작하는 가운데 퇴직연금 가입 및 수급 의무화와 국민연금공단 등 공공기관에 가입하도록 하자는 주장이 논란이다.

퇴직연금 제도는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에 비해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2005년부터 시행된 퇴직연금의 적립금은 2023년 말 382조4000억원으로 늘어났고 2030년쯤에는 700조원 규모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용자는 근로자를 1년간 고용하면 1개월치의 월급을 퇴직금으로 주어야 하므로 근로자 임금의 8.33%를 별도로 사전 적립해야 한다. 국민연금 보험료가 월소득의 9%임을 감안하면 사용자나 근로자나 중요한 제도임에 틀림없다.

퇴직연금에 대한 개편 압력은 퇴직연금이 원래 취지에 부합되게 운영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가입률은 전체 대상 근로자의 53.2%이고, 퇴직 시 연금 수령 비율은 10.4% 남짓하다. 적립금의 운용수익률은 최근 5년 평균 2.35%로, 국민연금의 6.86% 대비 저조하다. 사용자의 비용 부담 규모 등을 감안하면 국민연금 절반 정도의 노후소득보장 기능은 수행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퇴직연금 기능 활성화를 위해 퇴직금 중간 정산 제한, 디폴트 옵션 도입 등 적립률과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제도를 개선했으나 획기적 전기를 만들지는 못하고 있다. 퇴직연금 가입을 의무화하고 연금 형태의 급여 수급을 강제화하면 퇴직연금이 노후 연금 구실을 할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기업 입장에서는 일상적으로 운영자금 조달에 시달리는 데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당장 필요한 일시금 수요 때문에 노후대책으로 퇴직연금을 활용하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상에 치우친 제도 정립을 위한 퇴직연금 의무화는 사용자와 근로자의 극심한 반대에 직면할 수 있다.

기금운용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국민연금공단에 퇴직연금을 가입할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높여보자는 취지이지만 넘어야 할 난관이 많다. 퇴직연금은 법정 제도이지만 사적 제도 성격을 가지고 있어 공공기관인 국민연금공단이 퇴직연금 운영에 참여하는 것은 금융시장을 교란시킬 우려가 크다. 더욱이 국민연금은 2024년 7월 기준 1150조4000억원의 적립기금을 운용하는 것도 힘겨운 실정이다. 국민연금이 수익성은 높으나 투자 리스크가 큰 주식 등에 대한 투자 비중을 50%가량 할 수 있는 것은 국민연금 기금이 장기성 자산이기 때문이다. 퇴직연금도 성격은 장기성 자산이지만 가입자 대부분이 안정성을 우선하기 때문에 위탁받은 금융기관도 리스크를 무릅쓰고 투자할 수는 없다.

퇴직연금의 운용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근로자와 사용자 모두 퇴직연금 자산운용에 대한 무관심에서 벗어나야 한다. 현재의 계약형 제도하에서는 금융기관에 퇴직연금을 위탁한 다음에는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다. 호주나 네덜란드 등 퇴직연금이 잘 운용되는 국가들은 기금형 퇴직연금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가입자가 퇴직연금 관리 운영을 주도함으로써 수익률도 높게 나타난다.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으로 국민연금 기금운용의 장점을 차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퇴직연금 적립금의 증가 속도를 볼 때 퇴직연금은 국민연금만으로 미흡한 노후소득 보장을 보완할 수 있다. 정부 차원의 제도 개선에 더해 가입자 스스로 퇴직연금을 노후소득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의지와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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