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파고드는 해외 빅테크...인스타, 카카오웹툰 제쳤다


한국 기술업체들이 키운 웹툰 시장이 해외 빅테크(대형기술기업)의 공세에 흔들리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과점하던 이 시장에서 인스타그램이 이용률 기준으로 카카오웹툰을 제쳤다. 이용 시간이 많은 SNS 특성을 살려 웹툰 소비자를 끌어모은 효과다.

인스타 인기에 중소 플랫폼도 고전

23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4 만화산업백서’에 따르면 국내 웹툰 이용자가 웹툰 플랫폼으로 인스타그램을 쓰는 비율은 20.9%를 기록했다. 지난해 이용률(13.6%)보다 7.3%포인트(p) 늘었다. 이 조사는 응답자에게 많이 쓰는 플랫폼을 3개씩 집계한다. 여러 플랫폼을 돌려 쓰는 웹툰 소비 특성을 반영해서다. 이번 조사에서 인스타그램은 처음으로 카카오웹툰 이용률(20.8%)을 넘어섰다. 2021년 이용률(5.9%)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늘었다.

그간 웹툰 시장은 네이버와 카카오가 각각 플랫폼 2개씩을 운영하며 양분하는 구도였다. 이번 조사에서도 네이버는 네이버웹툰(87.1%), 네이버시리즈(27.6%) 등이 나란히 1·3위를 기록했다. 네이버웹툰이 지난해보다 이용률을 3.1%p 끌어올리며 ‘절대 강자’임을 입증했다. 카카오페이지도 이용률이 32.0%에서 37.6%로 5.6%p 늘었다. 반면 카카오웹툰은 28.4%에서 20.8%로 7.6%p나 줄었다. 카카오웹툰은 2003년 다음의 ‘만화속세상’이란 이름으로 운영되며 강풀, 윤태호 등 스타 작가를 탄생시켰던 플랫폼이다.

다른 중소 웹툰 플랫폼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다음 가는 인기 플랫폼이었던 레진코믹스의 이용률은 2022년 15.6%에서 지난해 13.1%, 올해 9.5%로 줄었다. 탑툰도 1년 새 이용률이 9.0%에서 8.8%로 줄었다. 리디(3.6%)는 페이스북(4.5%)보다도 이용이 저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으로 공연·스포츠 시장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웹툰 산업의 성장세가 둔화된 점도 악재”라고 설명했다.

네이버도 인스타에 이용시간 추월 당해

콘텐츠 업계에선 인스타그램의 약진이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의견도 나온다. 누구나 콘텐츠를 올릴 수 있는 SNS 특유의 낮은 진입장벽과 간편한 소비 방식이 창작자와 이용자 모두를 끌어들이기에 적합해서다. 인스타그램에서 웹툰을 뜻하는 ‘인스타툰’은 23일 기준 234만7000개가 검색된다. 소재는 읽기 쉬운 일상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인스타그램은 지난해 12월 콘텐츠 후원 기능도 출시해 작가의 수익 창출 통로도 마련했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도 인스타툰 흥행에 가세했다. 지난 7일엔 서울 강남구가, 지난 8월엔 전주시가 인스타툰 공모전을 개최했다.

플랫폼 업계 전반으로 봐도 빅테크의 강세가 뚜렷하다. 앱 시장조사업체인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유튜브 앱의 국내 총 이용 시간은 18억110만시간으로 전년 동월보다 9.5% 늘었다. 인스타그램은 이용 시간이 1년 새 42.1%나 늘어 3억7893만시간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이용 시간이 9.7% 줄어든 네이버(3억2973만시간)는 인스타그램에 3위 자리를 뺏겼다. 2위 앱인 카카오톡도 이용 시간이 3.3% 줄었다.

카카오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웹툰 플랫폼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카카오는 올해 안에 웹툰이나 웹소설을 숏폼 영상으로 제작해주는 AI 서비스인 ‘헬릭스 숏츠’를 출시하기로 했다. 콘텐츠 시장에 영향력이 커져가는 SNS에서 웹툰을 적극 알리기 위해서다. 카카오의 웹툰 자회사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AI 기반 작품 선별 기능은 카카오페이지 적용 작업을 지난 8월 마쳤다”며 “제작과 마케팅 양쪽에서 AI로 작업 효율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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