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작품은 유행템이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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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영 기자]

한강 작가 대신 독자가 연 잔치

그러나 사실, 이것은 흥분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드디어 우리말로 노벨문학상 작품을 읽을 수 있지 않은가. 내가 속한 책모임에서는 지난 3월, 이미 한강 작가의 작품을 함께 읽었다. 그러니 그냥 넘어갈 수 없지.

어린 시절에는 읽어보지도 않은 채, 무조건 세계 문학을 높이 평가하고 한국 문학을 은근히 경시했던 경험도 고백했다. 반대로 아무리 번역이 좋고 유명해도 우리말 작품을 읽어야 교감이 잘 되어 한국 문학을 우선으로 찾아 읽었다는 사례도 나누었다.

최근 노벨문학상을 받은 노르웨이의 욘 포세(2023년)와 프랑스의 아니 에르노(2022년)의 작품에 대해서도 짧게 거론했다. 국내외의 여러 문학상 수상 작가와 작품 목록은 독자에게 유용한 기준이 되기도 하지만, 상을 받지 않았다고 해서 작품을 저평가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도 잊지 않았다. <철도원>, <삼대>, <해질 무렵> 등 책모임에서 함께 읽었던 황석영 작가의 작품이 어떻게 좋았는지도 나누었다.

식사가 마무리될 무렵, 노벨문학상 발표가 있었을 때 마침 제주도에 계셨다는 회원이 말을 꺼냈다. 무지개독서회에서 <작별하지 않는다>와 현기영 작가의 <제주도우다>를 함께 읽었던 기억이 나서 4.3평화공원에 다녀왔다고. 당시 우리는 작가가 집필하면서 얼마나 힘들었을지를 걱정하며 그의 안녕을 기원했다. 독자인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함께 읽으며 고통과 슬픔에 동참하는 것이라고 나누었다.

한국문학의 생동감을 느낄 때

윤동주는 <팔복>이라는 시에서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라는 말을 여덟 번 반복한다. 문학은 그런 것이다. 타인의 슬픔과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내가 슬퍼하는 것. 행복을 추구하는 요즘 시대에 그것은 희귀한 능력일지도 모른다.

2016년 한강 작가가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았을 때 <채식주의자>의 판매량만 늘어나는 쏠림 현상을 우려했다. 한국 작가가 세계적인 상을 받아 기쁘지만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한, 한때의 유행처럼 스치고 지나는 현상이 아닐까 걱정했다.

이제는 그때와 다를 것 같다. 서점에서는 한강 작가 외의 작품들도 판매량이 늘었다고 한다. ‘연관검색문학’은 무궁무진하다. 한강 작가의 작품이나 작가가 추천한 작품, 아버지 한승원 작가의 작품이나 광주 5.18을 다룬 임철우 작가의 <봄날>이나 제주 4.3을 다룬 현기영 작가의 <순이삼촌>도 빼놓을 수 없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국 문단과 출판사, 책방 그리고 독자가 함께 기뻐할 일이다. 한국문학 생태계가 건강하고 활기차게 생동할 일이다.

문학에는 타인의 아픔을 알게 되는 힘듦이 있다. 또한 읽기 전에는 알지 못했던 삶의 귀함과 아름다움을 알게 하는 희열이 있다. 빠르게 읽고 빠르게 잊을 일이 아니다. 천천히 사색하고 음미하고, 함께 나누며 꾸준히 이어갈 일이다.

책을 당장 읽고 싶어도 며칠만 기다리면 동네 책방에서도 책을 만날 수 있다. 한강 작가도 동네 책방을 꾸려가고 있다는 것도 기억하면서 우리 같이 천천히 꾸준히 읽어가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SNS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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