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계파 보스냐” “리대십 대신 갈등만”…친한계 회동에 뿔난 ‘尹의 남자들’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 면담을 가진 다음 날 곧바로 친한(親한동훈)계 인사들과 만찬을 가지며 대통령에 대한 불쾌함을 표출한 가운데, 당내 친윤(親윤석열)계는 해당 행보를 놓고 “계파 보스인가” “아마추어 같다"며 질타를 쏟아냈다. 또 한 대표를 향해 “본인이 갈등을 양산하는 얘기들을 해 당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민의힘 소속인 김태흠 충남지사는 23일 서울 공군호텔에서 열린 세미나 직후 취재진에 “대표가 자기 세력이라는 의원들하고 만나고 하는 것 자체가 정상적이지 않다"며 “무슨 계파 보스인가. 하는 게 너무 아마추어 같고 답답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대표가 전날(22일) 친한계 인사 22명과 만찬 회동을 하며 윤 대통령과의 면담 결과를 공유한 것을 저격한 것이다.
김 지사는 강연 과정에서도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면담을 두고 “야당 대표도 아니고 여당 대표가, 조용히 만나서 세상 이야기도 하고 직언도 해야지, 언론에 다 떠들고 난 다음에 만나자는 게 이게 협박도 아니고"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 대표는) 어떻게 하면 대통령 선거 후보가 돼 출마해볼까 하는 것, 그것 하나밖에 안 보인다"고 비판했다.
또 그는 한 대표를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가 직접 항의 전화를 받았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앞서 그는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면담을 하루 앞둔 지난 20일 한 대표를 향해 “검찰스러움, 순발력 있는 말솜씨와 가벼움, 관종 같은 행동이 아니라 진중하고 미래를 통찰하고 준비하는 당 대표가 되길 바란다"는 글을 SNS에 올린 바 있다.
김 지사는 해당 글을 올린 직후 한 대표와의 통화에서 “내가 ‘듣기 거북한 말을 해서 서운해서 전화했느냐’고 물었더니, 한 대표가 ‘서운한 게 아니라 욕이죠’라며 ‘당원이 어떻게 대표에게 욕을 할 수 있냐’고 하더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런 게 검찰스러운 것"이라며 “대표도 잘못했으면 당원들에게 비판받고 해야지, 그런 것 하나를 감당 못 하면서 어떻게 대표를 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표적 친윤계 인사로 꼽히는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도 ‘한동훈 저격’에 가세했다. 그는 이날 KBS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한 대표는) 대통령에게 지라시 수준의 내용을 가지고 인적 쇄신이다 뭐다 제안하고 있다"며, 지금은 민주당 폭주에 맞설 “당대표 리더십이 간절히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 (한 대표 측이) 갈등을 양산하는 얘기들을 하고 있다"며 “당원이나 지지자들이 불안해하고 있으니 언행에 신중을 기해 달라"고 촉구했다.
강 의원은 한 대표가 김건희 여사 대외 활동 중단을 요구한 데 대해서도 “여사에 관한 의혹이 13가지라는데 그 의혹들을 한번 봤는가"라며 “이래저래 민주당이 쳐놓은 의혹들이 뒤섞이고 부풀려졌다. 그 안에는 공작 수준으로 드러난 것도 있고, 해명하고 해소할 수 없는 의혹들인데 이걸 가지고 활동을 좀 자제해줬으면 좋겠다(라는 건 아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제일 약한 고리가 김건희 여사라고 생각, 그곳을 공격해 탄핵, 정권 퇴진 운동으로 이끌어가고 싶어 한다"며 “국민과 당원들의 명령은 말도 안 되는 의혹을 가지고 대통령을 탄핵하겠다고 덤비는 저 사람들에게 당대표, 국회의원, 당원들이 똘똘 뭉쳐서 막아내라는 것"이라고 재차 역설했다.
국민의힘 총선백서특위 위원을 지낸 이상규 서울 성북을 당협위원장도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당이 다른 여러 사안들을 계속 만들며 언론플레이를 한다"며 “(한 대표는) 언론플레이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한 대표는 ‘당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적극 뒷받침해야 한다’는 당헌을 위반했다"고도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10·16 재보궐 선거에서 당이 사실상 패했다. 한 대표가 부산에 집중해서 수도권이 다 망했다"며 “서울시 교육감 투표를 하며 자연스레 사진이 나오고 독려를 해야 하는데 한 대표가 투표를 했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거를 이기려면 총선백서에 이미 답이 다 있다"며 6개월 넘게 나오지 못하고 있는 백서 발간도 재차 촉구했다.
한편, 한 대표는 22일 친한계 인사 22명과 윤석열 대통령과의 면담 상황을 공유하며 향후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진행된 만찬에는 조경태, 송석준, 서범수, 김예지, 김건, 김상훈, 박정훈, 유용원 등 현역 의원 21명과 원외인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 등이 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