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램 없는데 16억 들여 ‘트램 전망대’ 만들더니 철거


21일 오전 서울 송파구 위례신도시의 한 주민센터 앞에서 포클레인이 땅을 파는 굉음이 들려왔다. “전망대 철거 및 트램 공사로 인하여 주민 여러분께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2016년 16억원을 들여 조성했던 길이 113m, 높이 5.6m 규모의 공중 보행로인 ‘트램 전망대’ 철거 공사가 한창이었다.

트램이 운행하는 모습을 보겠다며 LH가 만든 트램 전망대를 서울시가 철거하는 이유는 내년 9월 개통 예정인 위례선 트램 통행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철거 비용은 5200만원. 지상 구조물은 철거가 끝났고 10월 말까지 지지대까지 제거를 끝낸다. 트램이 들어서기 10년 전에 트램 전망대를 세웠다가 정작 트램 개통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다시 철거하는 모습에 지나가던 시민들은 “어처구니가 없다” “황당하기 짝이 없는 세금 낭비의 현주소”라고 했다.

위례선 사업은 정부의 2008년 위례신도시 광역교통개선대책에 포함되며 민자 사업으로 추진됐지만, 2018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민자적격성 조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국토교통부가 직접 국비를 들여 사업을 추진하면서 2022년이 돼서야 착공에 들어갔다. 그런데 이미 2016년 LH가 완공한 트램 전망대가 문제가 됐다.

서울시는 “트램 전망대와 트램 정거장 사이가 1.6m로 좁아 휠체어 이동을 위해 확보해야 하는 2m에 못 미치고, 정거장 기초 공사에도 방해가 된다”고 했다. LH 관계자는 “2016년 전망대 설치 후인 2020년 교통 약자 이동 기준이 대폭 강화됐다”며 “전망대 공사 당시엔 이런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다”고 했다.

LH 측은 ‘상식적으로 트램을 먼저 완공하고 트램 전망대를 짓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느냐’는 본지 질문에 “인근 주민·상인의 민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지은 것”이라고 했다. LH 관계자는 “위례신도시 주민 중에는 트램 개통을 이유로 입주한 주민들이 많았다”며 “2015년 LH토지주택연구원에서 트램 홍보·활성화 방안으로 전망대 설치를 제안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 전망대 완공 3년 뒤인 2019년부터 “아이들이 전망대 경사로에서 킥보드를 타다 다칠 수 있다”는 주민 민원이 빗발치자 폐쇄됐고 5년 뒤엔 아예 철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황당한 세금 낭비 사례는 전국적으로 다양하게 발생하고 있다. ‘힐링 해수탕’ 건립 사업을 하던 중 전남 고흥군에선 공사비 분쟁이 발생했고 그 과정에서 공무원 비리까지 적발됐다. 공사비 예산 125억원 중 52억원을 쓴 상황에서 3년 넘게 공사가 중단됐다. 강원 삼척시는 폐광 지역에서 미용 제품을 팔겠다며 106억원을 들여 ‘뷰티스마켓’이라는 체험 시설을 조성했지만, 실제 방문객과 매출은 예측치의 2~3%에 불과해 지난 1일부터 운영이 중단됐다. 이 밖에도 강원 속초시는 2021년 26억원을 들여 설치한 영랑호 부교의 철거 수순을 밟고 있다. 지역 환경 단체가 생태계 파괴와 절차적 하자 등을 이유로 사업 무효 소송을 제기하자 법원이 지난 8월 강제 조정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경남 진주시도 17년간 940억원을 들여 조성한 진주대첩광장이 “일본군이 진주성을 공격하는 형태”라는 ‘고증 오류’ 논란에 휩싸여 시민 단체의 철거 요구를 받고 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시설물이 정말로 필요한지 엄밀한 타당성 분석 없이 홍보성·전시성 공사를 남발하고 있다”며 “인구 감소 시대에 이런 식으로 방만하게 국민 혈세를 운용하는 작태가 개선되지 않으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후세에 전가될 것”이라고 했다.

☞트램(노면 전차)

일반 도로에 깔린 선로를 따라 운행하는 전차.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등 유럽에선 흔한 교통 수단이다. 1899년 서울에서 처음으로 트램이 개통했다. 지하철 1호선 개통 6년 전인 1968년 서울의 트램은 운행을 중단했다. 내년 9월 트램 방식을 채택한 서울 경전철 위례선이 개통하면 57년 만에 부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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