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걱대는 ‘이사 충실 의무’ 상법개정, 묘안 없을까요


정부는 3월부터 ‘주주 이익 보호’를 위한 상법 개정을 따져보고 있습니다. 현재 상법은 ‘이사는 회사를 위해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고 규정하는데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까지 넓히자는 겁니다.

연초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거래소를 찾아 “이사회가 소액 주주의 이익을 책임 있게 반영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한 게 계기였지요. 이후 법무부,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가 머리를 맞댔습니다.

하지만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재계가 기업 부담이 커진다며 반대하는 데다, 부처들 입장도 미묘하게 엇갈리기 때문입니다.

금융 당국은 대체로 밸류 업(기업 가치 개선)을 위해 이사 충실 의무를 확대하자는 쪽입니다. 우리나라 기업들 이사진이 오너 의중을 주로 따르다 보니 대주주에게만 유리한 결정을 해서 소액 주주들은 배당이 적고 구조 조정 과정에서 소외되기 때문에 주가도 못 오른다고 불만을 터트리기 때문입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6월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는 주요 선진국에선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재계는 투기 세력이 경영진을 공격하는 빌미가 돼 경영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합니다. 상법 소관 부처인 법무부도 내심 상법을 건드리는 걸 원치 않는 분위기입니다. 공식적으론 “논의 중이고, 어떤 것도 결정된 바 없다”고 하지만, 법 조항이 바뀌면 혼란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하는 눈치입니다.

이렇다 보니 정부 내에서 대안도 논의됩니다. 확대 방안을 상법이 아닌 자본시장법에 담자는 게 한 예입니다. 상법에 규정하면 모든 기업이 따라야 하지만, 자본시장법에 넣으면 증시 상장 기업만 대상이 됩니다. 또 기업 합병 때나 배임이 없도록 이사가 충실히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식으로 규정하는 대안 등도 검토됩니다.

여당인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최근 경총에서 “이해관계가 다른 주주들에게 어떻게 다 충실하게 할 수 있느냐는 논리적 모순을 우리는 극복할 방법이 없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확대가 부처 협의 문턱도 못 넘을지는, 일단은 이런 모순을 벗어날 묘안을 금융 당국이 낼 수 있을지에 달려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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