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414> 조선 전기 문사인 강희량이 조령을 넘으며 쓴 시


  • 此是詩人出峽圖·차시시인출협도

단풍 든 조령을 나귀 타고 넘노라니(一路秋山三尺驢·일로추산삼척려)/ 삼 년 된 해진 베옷에 몸종 하나뿐이네.(三霜古褐一奚奴·삼상고갈일해노)/ 짝지어 나는 새를 바라보며 솔바람 맞노라니(翩翩獨望松風過·편편독망송풍과)/ 바로 시인이 골짜기에서 나오는 그림이라네.(此是詩人出峽圖·차시시인출협도)

위 시는 조선 전기 문사인 허암(虛庵) 강희량(姜希良·1469~1502)의 시 ‘조령에 올라’(登鳥嶺·등조령)로, 그의 문집인 ‘허암유집(虛庵遺集)’ 권 2에 들어 있다. 그는 김종직(金宗直)의 문인으로, 1495년(연산군 1) 문과에 급제해 예문관병교 등을 지냈다. 무오사화 때 의주에 유배됐다가, 1500년 5월 김해로 이배됐다. 그가 정확히 언제 조령(문경새재)을 넘었는지 알 수 없지만 아마 불운한 시기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삼 년 된 해진 베옷’과 ‘몸종 하나뿐’인 신세에서 알 수 있다.

조령은 태종 13년(1413) 개통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령의 주산인 주흘산은 높이가 1108.4m로, 백두대간의 허리이자 조선 시대 한강과 낙동강 유역을 잇는 영남대로에서 가장 높고 험준한 고갯길이다. ‘나는 새도 쉬어 가는 고개’라고 했다. 경북 문경읍과 충북 괴산군 연풍면 경계에 있다. 영남 선비들이 한양으로 과거시험 보러 가는 관문이어서 과거길로도 불렸다.

필자는 지난 18일(현지 시간) 프랑스와 스페인 국경에 있는 피레네산맥을 넘었다. 예수님 열두 제자 중의 한 분인 야고보가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넘었던 고개이자, 나폴레옹이 스페인을 공략하러 가던 길이라고도 한다. 산티아고 순례자들이 넘는 이 길의 높이는 1427m이다. 피레네산맥을 넘은 이야기를 하려고 조선 시대에 가장 험준한 고갯길로 알려졌던 조령을 넘으며 쓴 시를 골랐으나, 두 길의 높이가 문제가 아니라 성격이 좀 다르다. 독자들은 필자의 이런 고민을 이해하여 주시길 바란다.

가톨릭 신자들의 순례 목적지이자, 스페인의 기독교가 이슬람교와 벌인 국토회복운동의 상징적 의미를 지닌 도시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까지 완주를 목표로 걷고 있다. 야고보의 무덤을 모신 대성당이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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