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리와 시도] 대안영화 가능성 찾는 부부 ‘행복한 동행’


  • 올해 BIFF 상영된 세 번째 작품
  • ‘키케가 홈런을 칠 거야’ 함께 출연
  • 서민들 삶 생생한 연출·연기 감동
  • “다양한 영화 볼 기회 늘어났으면”

“이렇게나 이상한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부산국제영화제(BIFF) 정한석 프로그래머가 쓴 제29회 BIFF 상영작 ‘키케가 홈런을 칠 거야’ 프로그램 노트 중.

영화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2021)로 BIFF와 베를린영화제 등에 진출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박송열 감독과 원향라 배우가 세 번째 장편이자 신작 ‘키케가 홈런을 칠 거야’(2024)로 제29회 BIFF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에 초청됐다. ‘키케가 홈런을 칠 거야’는 화제작으로 떠올랐고, 감독과 배우의 행보에 관한 관심도 높아졌다. 박송열 감독, 원향라 배우를 만나 이야기한 이 인터뷰는 영화제 기간 이뤄졌다.

영화에는 새집에 이사오며 새 출발을 꿈꾸지만 현실 문제에 부닥쳐 삶이 고달픈 부부가 등장한다. 전작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에서 실직한 하루살이 부부의 ‘짠내’ 나는 일상이 이어진 느낌을 준다. 첫 장편인 ‘가끔 구름’(2018)에서 이어지는 ‘부부 3부작’. 전작들에 이어 박 감독과 원 배우가 부부로 출연한다. 둘은 실제로 영화가 맺어준 부부이기도 하다.

영화는 정한석 프로그래머 표현대로 ’외롭고 두렵다가, 고달프고 슬펐다가, 음산하고 섬뜩했다가, 웃겨서 눈물이 난다’. 동업하기로 한 선배가 “너도 이제 사장님이야”라고 하자 환하게 웃던 영태(박송열)지만 미소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약속은 깨져버리고, 이 복잡한 감정은 스크린을 질주한다. 소소한 행복마저 쉽게 허락되지 않는 소시민의 삶! 영태는 돈을 벌기 위해 집을 떠나고, 혼자 남은 미주(원향라)도 임시직을 전전하며 열심히 살아간다.

박 감독은 “전작에 등장한 부부의 다음 이야기를 상상했다. 소시민이라면 부동산이 대박 나서 벼락부자가 되지 않는 한 살림에 큰 변화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새출발을 꿈꿨지만 실패하면 어떻게 될까를 얘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박 감독 영화의 묘미는 지독할 정도로 현실적인 디테일과 그로 인한 뜻밖의 웃음에 있다. 살림을 그대로 들고 온 덕분에 번듯한 새집에서 낡은 이불을 덮고 자고, 밖에서 고생하고 돌아와 거실 바닥에서 밥상도 없이 밥을 먹는 모습 등이다. “(건)조기는 잘 도착했어?” “(에)어컨이는 잘 받았어?” 주변에서 선물로 사준 고가 제품은 당장 부부의 삶을 따뜻하게 해주지 못한다. ‘300만 원이 없어서’ ‘3만 원이 없어서’ 부부의 삶은 점점 초라해진다. 관객은 리얼한 연기에 되레 ‘웃픈’ 감정을 느낀다.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가족이 힘을 모은 작품이기도 하다. 실제 박 감독과 원 배우의 가족이 출연한다. 원 배우는 “(박 감독의) 디렉팅을 듣고 연기로 답을 찾아가는 식이다. 가족은 이제 출연하지 않으면 서운해할 정도”라고 웃었다.

박 감독은 이 작품을 놓고 ‘독립영화’로 제한하기보다는 ‘대안영화’로서 더 많은 사람이 함께 즐길 수 있길 바란다. 즐거움·재미와 함께 대안영화에서 볼 수 있는 새로운 시각과 접근을 강조한다. 그는 “작품을 보고 나서 의아함을 느끼는 것 자체도 영화의 매력이다. 관객 반응도 작품의 한 부분이 돼 한 편의 영화가 비로소 완성된다”며 “영화제가 아니면 대안영화를 만날 곳이 적다. 많은 관객이 새로운 시선을 느낄 수 있도록 상영 기회가 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다음 작품은 ‘말썽 피우는 아들을 둔 엄마의 이야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박 감독은 “다음 작품이 될지 더 이후 작업이 될지는 모른다”면서도 “영화의 한 장면이 될 법한 재밌는 일상의 순간들을 기억해 뒀다가 조각 퍼즐처럼 맞춰본다”며 “여건이 마련된다면 둘(원 배우)이서 함께 찍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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