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아픔, 춤·노래로 보듬다


  • 적벽가 새롭게 해석한 ‘용호상박’
  • 50명 군무 등 대형 장편 무대로
  • 25, 26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이정윤 부산시립무용단 예술감독이 10년 전 선보인 듀엣 춤 작품이 대형 춤 무대로 재탄생한다.

부산시립무용단은 오는 25~26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제90회 정기공연 무가(舞歌) ‘용호상박’을 무대에 올린다. 이 작품은 이정윤 예술감독과 국수호 춤 명인이 2014년 연출해 출연한 무대를 재구성한 것으로, 판소리 다섯 마당 중 하나인 ‘적벽가’ 내용을 표현했다. 초연작은 당시 솔로·듀엣 부문 대한민국무용대상을 수상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2014년 초연 당시에는 조조와 조자룡을 주인공으로 한, 두 춤꾼의 듀엣 무대였다. 2021년에는 규모를 확대해 35분가량 중편 무대가 됐고, 올해는 부산시립무용단 50여 명의 군무가 더해진 1시간 이상 대형 장편 무대가 됐다. 사실상 ‘완성본’ 개념이다. 이정윤 예술감독은 “‘백조의 호수’ 등 서양 명작 공연은 오랜 시간 다듬어 왔기에 지금의 자리에 있다. 이 작품도 많은 수정을 거치고 잘 다듬어 부산시립무용단만의 고유한 상품으로 오래도록 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무대는 판소리와 악기 연주, 춤이 더해진다. 6명의 판소리꾼이 고수와 함께 재해석된 판소리 ‘적벽가’를 라이브로 공연하고, 피리와 해금 퍼커션 등 연주자 4명이 무대 뒤에 자리한다. ▷조조의 호기(豪氣) ▷동남풍(東南風) ▷자룡의 활 ▷화공(火攻) 등 4개 장을 공연한다. 목재가 사용된 한국춤전용극장 형식으로 무대를 변형해 한국춤에 몰입도를 높이도록 했다.

이 예술감독은 “중국과 일본 등 전통 무용이 있는 나라엔 통상 최적화된 전용 공연장이 있다. 우리나라엔 아직 없는 상황이라 공연 몰입감을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며 “어찌 보면 한국형 전통 오페라인 것 같다. 춤도 있고 노래도 있다. 부산오페라하우스가 건립 중인 만큼 그곳에서 선보일 기회가 있다면 충분히 무대에 올릴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들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연에 어떤 내용을 담으려 노력했을까. 이 감독은 “직접 판소리 작창(작사)을 했다. 극 마지막에 내레이션 형식으로 진행될 것 같다”며 “적벽가는 적벽대전이라는 전쟁에 관한 이야기다. 전쟁은 아픔과 허망함 공허함 등을 가져온다. 지금도 지구 반대편에선 전쟁이 계속된다. 이에 대한 고민 등도 담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 예술감독은 1977년생으로 부산의 동아고, 성균관대 무용학과를 나왔다. 국립무용단 수석무용수 등을 거쳐 2020년 8월부터 예술감독직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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