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韓 마이웨이 …ʺ우리 의원들 믿어ʺ ʺ민심따라 문제해결ʺ


대통령실이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간 80분 면담과 관련해 당정 일체를 확인한 계기였다고 자평한 반면 한 대표는 “민심을 따르겠다"며 사실상 ‘마이웨이’를 선언했다. 이번 회동에서 두 사람이 극명한 시각차를 확인하면서 여권 원심력이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친한동훈계(친한계) 인사들이 느낀 좌절감이 크다는 점에서 이미 심리적 분당 상태이며 이대로 가면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 국회 문턱을 넘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마저 제기된다.

22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한 대표의 인적 쇄신, 김 여사 공식 활동 자제, 김 여사 의혹 규명 등 이른바 3대 요구에 대한 윤 대통령의 답변을 상세히 설명했다. 전날 한 대표 요구에 윤 대통령이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고 알려진 데 대해 해명에 나선 것이다.

먼저 인적 쇄신 요구에 대해 윤 대통령은 “한 대표도 나를 잘 알지 않느냐. 난 문제가 있는 사람이면 정리를 했던 사람"이라며 “인적 쇄신은 내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답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또 “누가 어떠한 잘못을 했다고 하면 구체적으로 무슨 행동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이야기를 해줘야 조치를 할 수 있지 않냐"며 “소상히 적어서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에게 알려주면 잘 판단해 보겠다"고 덧붙였다고 한다. 활동 중단에 관해서는 김 여사도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며 “꼭 필요한 공식 의전 행사가 아니면 이미 많이 자제하고 있고 앞으로 보면 알게 될 것이다. 전직 영부인 관례에 근거해서 활동도 많이 줄였는데, 그것도 과하다고 하니 더 자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의혹 규명에 대해선 “의혹을 수사하려면 객관적인 혐의나 단서가 있어야지 단순 의혹 제기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문제가 있으면 수사받고 조치하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특히 한 대표가 야당이 추진 중인 김 여사 특검에 대해 언급하자 윤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여당이 위헌 그리고 헌정을 유린하는 법에 브레이크를 걸어서 다행이고 감사하다"며 “우리 의원들이 헌정을 유린하는 야당과 같은 입장을 취할 경우 나로서도 어쩔 수 없겠지만 나는 우리 당 의원들을 믿는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와 함께 당정이 일체가 돼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윤 대통령은 “어처구니없는 의혹에 대해서는 대응을 제대로 하고 싶어도 대통령실이 계속 싸우는 게 맞느냐. 대통령실에서 입장을 내면 당에서도 같이 싸워주면 좋겠다"며 “말이 안 되는 공격을 하면 당에서도 적극적으로 같이 공격을 해 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두 분이 서로 할 말은 다 했다"며 “대통령 반응이 없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의 말씀 비중은 각각 60대40 정도"라고 강조했다. 불통 이미지가 덧씌워질 것을 우려해 당의 전날 브리핑에 대해 반박에 나선 셈이다.

반면 한 대표는 이날 인천 강화도에서 일정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오직 국민만 보고, 민심을 따라서 피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저는 국민의힘이라는 우리 당 이름을 참 좋아한다. 국민께 힘이 되겠다"고 말했다. 전날 회동에 대해 추가로 언급을 피하면서도 ‘국민’을 다시 전면에 내세워 우회적으로 소신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당 내부에서는 친한계와 친윤석열계(친윤계) 간 내홍이 격화되는 분위기다. 특히 면담을 끝낸 한 대표가 브리핑도 하지 않고 귀가한 사이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대통령실을 방문한 것을 두고 당장 논란이 일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추 원내대표가 만찬에 참석하지 말았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면서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이제는 같이 갈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했다.

친한계에선 대통령실이 한 대표에게 의전 측면에서 일종의 ‘모욕’을 줬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한 친한계 중진 의원은 “(건물 밖에서) 25분이나 기다리게 만들고 그게 여당 대표로 인정하는 거냐"며 “용산하고 당이 똘똘 뭉치자 해가지고 이때까지 말아먹었지 않았느냐. 계속 말아먹자는 건가"라고 격앙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진석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등이 모두 한 대표와 밖에 그대로 서 있었다"며 “대통령이 언제 나오실지도 모르는데 안에서 기다리는 것도 좀 그렇고, 이런 걸로 말이 나오는 게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친윤계는 한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며 ‘한동훈식 정치’의 방식을 문제 삼았다. 한 친윤계 중진 의원은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대통령과 분리된 채 자기 정치를 하는 그 방식에는 동의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친윤계 의원도 “대통령과 당 대표의 신뢰가 무너진 것이 가장 뼈아프다"며 “둘 사이의 신뢰가 회복되면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면담을 계기로 당내 계파 갈등이 심화되면서 한 대표의 리더십이 다시 시험대에 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당장 김 여사 특검법 재의결에서부터 한 대표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친한계 중진 의원은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 후 특검법을 재의결하는 상황이 다시 왔을 때 “한 대표가 막자고 했을 경우 통과되면 대표의 리더십이 없다고 할 것 아닌가"라며 “(한 대표 입장에서도) 딜레마에 빠져 있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한 대표는 23일 확대당직자회의를 소집했다. 어수선해진 당 분위기를 수습하기 위한 행보란 분석이다. 회의에는 추 원내대표를 비롯해 김상훈 정책위의장, 서범수 사무총장과 최고위원 등 국민의힘 지도부가 모두 참석할 예정이다.

[우제윤 기자 / 최희석 기자 /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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