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최진영이 당신에게 ʹ어떤 비밀ʹ 편지를 보낸다, 24절기마다
계절 변화를 알리는 절기(節氣)마다 누군가의 편지를 받는 일. 더구나 그것이 작가 최진영이 보내온 편지라면. 최 작가의 첫 산문집 ‘어떤 비밀’은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경칩에서부터 눈이 녹아서 비가 내리는 우수에 이르기까지 그가 보낸 “시차를 둔 안부”다.
최 작가는 22일 서울 중구 성프란치스코회수도원 교육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등단 18년 만에 처음 낸 산문집에 대해 “(자신의) 소설을 따라 읽어 주시는 분들에게 선물을 드리는 마음과도 같다”고 밝혔다. ‘어떤 비밀’은 24절기에 맞춰 작가가 띄운, 이른바 절기 편지와 산문을 묶어낸 책이다. 최 작가는 “편지를 써서 봉투에 봉인해 주는 마음과도 비슷하다”며 “식탁이나 침대 옆에 두고 마치 편지를 받듯이 천천히 1년 동안 읽어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소설과 달리 산문집은 ‘나의 이야기이고 생각’이라고 전면에 내세우고 쓰는 일이라 훨씬 더 주저하고 문장 하나하나마다 소설과는 다른 마음가짐이 필요하더라”는 것이 최 작가의 소감이다. 그는 “내 삶이 조금은 재미있는 이야기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삶을 다시 돌아보게 됐다”고도 했다.
책 ‘어떤 비밀’의 편지들은 제주에서 카페를 하는 연인에게 “힘이 되고 싶어서” 최 작가가 손님들에게 건넨 글로부터 시작했다. 사랑에서 발아한 산문집은 결국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됐다.
최 작가는 책의 첫머리 역시 ‘행복하자고 함께하는 사랑이 아닌, 불행해도 괜찮으니까 함께하자는 사랑에게’로 열었다. 이는 최근 역주행 베스트셀러가 된 그의 대표작 ‘구의 증명’과도 닿아 있다. 최 작가는 “(지금의 연인과) 막 연애를 시작했을 때 ‘구의 증명’을 썼다”며 “사랑을 다시 할 수 있을지에 의문을 품고 소설을 시작했고, 끝내면서는 다시 할 수 있겠다는 마음이 됐다”고 말했다.
이번 산문집은 어린 시절의 최 작가와 그의 조부모, 어머니 귀순이씨 등 ‘인간 최진영’을 이루는 요소뿐 아니라 단편소설 ‘홈 스위트 홈’과 장편소설 ‘단 한 사람’, 단편집 ‘쓰게 될 것’을 쓰는 ‘작가 최진영’을 모두 엿볼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최 작가는 “이 산문집이 나라는 사람이나 지금까지 써 온 소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는 있다”면서도 “앞으로 쓸 소설을 알려주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3년간의 제주살이를 마치고 다시 육지로 향하는 그의 앞에는 늘 그랬듯 무궁한 미지가 놓여 있어서다. 최 작가는 말했다. “앞으로 제가 어떤 글을 쓸지는 저도 잘 모르거든요. 사람은 변하는 존재이고, 그것이 제 희망입니다. 그에 따라 소설도 변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 살아보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제가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될지 궁금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