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언어학자가 쓴 K-POP 원론···“K-POP은 아트의 혁명”


“K-POP은 ‘21세기형 게잠트쿤스트베르크’(종합예술)라고 부를 만한 새롭고 통합적인 아트로 성장하고 있다. 종합예술이라는 말을 사용한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가 주목한 예술 형식 ‘오페라’에 비유해서 말한다면, K-POP은 극장을 ‘떠난’ 예술의 형태다.”

일본 언어학자 노마 히데키 전 도쿄외국어대학 교수가 최근 펴낸 <K-POP 원론>(연립서가)에서 내린 평가다. 책에서 그는 “K-POP은 통합적인 아트로서 자리매김되어야 하며 그에 걸맞은 비판과 평가가 절실하다”면서 K팝은 “21세기의 지구형 공유 오페라”이자 “아트의 혁명”이라고까지 상찬한다.

지난 14일 서울시 종로구의 한 호텔에서 만난 노마 교수는 “지식인 사회는 K팝에 대해 적절한 이름조차 붙이지 못하고 있다. 누군가는 해야 하기 때문에 내가 무모한 시도를 해본 것”이라고 능숙한 한국어로 말했다. 이번 책은 2년 전 나온 일본어판을 번역하는 대신 그가 직접 한글로 썼다. 한글의 과학적 조형성을 탐구한 그의 책 <한글의 탄생>(2011)은 일본과 한국의 주요 학술상을 받으며 한글 연구자들의 필독서로 자리잡았다.

<K-POP 원론>은 크게 1~5세대 K-POP 주요 작품들에 대한 설명과 K팝에 대한 언어학적·미학적 분석으로 이뤄져 있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400편 넘는 K-POP 유튜브 동영상 QR 코드와 843편에 이르는 상황별·취향별 추천 뮤직비디오 리스트가 실려 있는데, 모두 노마 교수가 직접 고른 것이다.

노마 교수에 따르면 K팝은 언어·소리·시각이 혼연일체를 이루는 21세기형 종합예술이다. 그의 논의에서 주목할 점은 한국어의 독특한 음악성이라는 관점에서 K팝의 매력을 해명하는 부분이다. 한국어는 음의 변화가 다양하고, 평음(예사소리)·격음(거센소리)·농음(된소리)을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으며, 음절 끝 자음을 발음할 때 입술이 개방되지 않는 등의 언어적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의성어·의태어와 간투사(감탄사)도 풍부하다. 노마 교수는 이러한 특성을 잘 살린 창법이나 한국어 랩이 다른 언어권 화자들에게 멋지고 세련된 느낌을 준다고 말한다.

“언어마다 말 그 자체가 갖고 있는 특성이 있잖아요. 한국어는 이러한 말성이 다른 언어와 크게 차이가 납니다. 가령 아이브의 ‘LOVE DIVE’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 위치에서도 성문 폐쇄음(성문을 닫아서 내는 소리)을 자유자재로 사용해 스타카토 같은 느낌을 주는데, 아주 신기하고 재밌죠.”

그는 고언도 아끼지 않았다. K팝이 힘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작품에 계속해서 변화를 주고, 아티스트와 팬덤에 기대는 행태에서 벗어나야 하며, 전체주의·집단주의·밀리터리즘과 결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마 교수는 언어학을 공부하기 전 현대미술 분야에서 미술 작가로 활동했다. 일본 국내와 해외 미술전에서 여러 차례 입상해 개인전도 열었다.

그는 책에서 ‘K팝’을 ‘K아트’라고 부르면서 “불과 3~4분으로 압축되어 만들어지는 압도적인 수준의 K아트 작품군을 능가하는 사례는 그 많은 시각적, 청각적 예술에서조차 그리 자주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단언한다.

많은 이들이 동의하기에는 지나치게 과도한 평가 아닐까. “현대미술의 흐름을 보면 팝아트를 비롯해 팝컬처의 영향을 받은 작품들이 아주 많아요. 현대미술 중 비교할 작품이 얼마나 있느냐고 반문하고 싶습니다. 지식인 사회가 빨리 이런 점을 인식해서 함께 논의해주길 바랍니다. 젊은 사람들이 노래하고 춤을 추는 일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거나 ‘아이돌’이라는 낡은 테두리에 묶는 건 재미없는 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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