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영제 악용 민간자본 ‘먹튀’ 원천차단


서울시가 도입 20년 만에 시내버스 준공영제에 대해 보전액 상한제 도입 등 대대적 수술에 나선 것은 버스업계의 만성적 적자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커졌고, 시에서 세금으로 적자를 메워주다 보니 방만한 경영 행태도 개선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19년부터 서울 시내버스 업계에 진출한 민간자본이 수익만 챙긴 채 수년 만에 운수회사를 매각하고 나가려는 움직임을 보여, 민간자본의 ‘먹튀’ 시도에도 철퇴를 가하겠다는 게 서울시의 입장이다. 버스회사를 인수한 민간자본이 특정 노선의 운행 거리를 늘리거나 차고지를 팔아치워 대금을 펀드에 배당해 문제가 됐던 인천시 사례는 서울시가 제도 개편에 나서는 계기가 됐다.

22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버스운수업계는 최근 10년간 한 번도 빠짐없이 운송수지 적자를 냈다. 적자 폭도 연간 2000억∼3000억 원대에서 지난해 5838억 원 등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 재정지원 규모도 2021년 4561억 원, 2022년 8114억 원, 지난해 8915억 원 등에 달했다.

이에 서울시는 ‘준공영제 재정혁신’을 통해 운전직 인건비와 연료비 표준단가정산제(상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들 2개 항목이 표준운송원가의 85%를 차지하는데, 기존에는 아무리 돈을 많이 써도 모두 실비로 보전해줬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인건비를 높게 책정하거나, 주유소 등과 짜고 기름을 높은 단가에 계약해 지원금을 많이 타내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공공성 혁신’으로 불건전 민간자본의 버스업계 진입도 차단할 방침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 시내버스 회사 6곳을 인수한 사모펀드 등 민간자본이 단기간에 회사를 재매각하려 하는 등 준공영제의 허점을 악용하는 행위를 좌시할 수 없다”며 “민간자본이 공공부문을 물렁하게 보고 헤집고 다니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 시장은 “한마디로 돈을 벌러 들어오지 못하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엄격한 진입 기준에 따른 사전심사제도를 도입해 외국계 자본·자산운용사의 진입을 금지하고 국내 자산운용사도 설립 2년 이상 지난 곳에만 기회를 준다. 이미 진입한 민간자본에 대해서는 배당 성향 100% 초과 금지, 1개월분의 현금성 자산(운전자본) 상시 보유 의무화 등으로 배당 수익을 제한할 방침이다. 회사채 발행 시 사전신고도 의무화한다. 또 민간자본이 알짜 자산을 팔아치우고 이탈할 수 없도록 임의로 차고지를 매각한 경우엔 차고지 임차료를 지원하지 않고, 최초 진입 후 5년 내 재매각할 경우 회사 평가에서 5년간 200점을 감점하기로 했다. 한편 ‘서비스 혁신’과 관련해서는 간선·지선버스 노선 전면 개편에 나선다.

이승주·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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