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 중독된 도시인의 ‘틈’[그림 에세이]
가만히 있으면 두 다리가 불안해진다는 ‘하지불안증후군’. 정도만 다를 뿐, 그러한 비슷한 증상이 조금씩은 다 있는 것 같다. 공간적으로든 시간적으로든 ‘자투리’나 ‘짬’이 날 때, 게으름 피우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버스를 기다리거나, 전철 이동 시간에도 십상팔구가 무언가를 한다. 이 또한 ‘불안증후군’이 아닐까.
‘도시의 틈’ 관찰자인 화가 도지성은 유독 무료함을 참지 못하는 우리 동시대인의 모습을 바라본다.
그는 오래전부터 공간적 ‘틈’ 혹은 시간적 ‘짬’의 서사를 화폭에 담아 왔다. 전에는 손바닥만 한 터가 나기만 하면 상추나 고추를 심곤 했던 모습을 그렸다면, 이제는 자투리 시간의 행동 양식들을 살펴보고 있다.
작업실 창밖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았다. 기다리는 그 짧은 시간에도 무언가를 해야 하는 것은 습성 때문만은 아니다.
작가에게 조심스럽게 묻는다. 화면 가득한 무수한 점은 무엇인가. 심미적으로만 보기 어려운 것은 숨 막히는 현실이기 때문이 아닐까. 꽃을 외면하는 꽃길이라니.
이재언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