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E&S, 숨가쁜 5조 자금 조달‥합병 몸 만들기에 재무부담↑


SK이노베이션과 합병을 준비 중인 SK E&S가 10월 들어서만 5조원의 자금을 한꺼번에 조달했다. 단기 사모채(2조8000억원) 발행, 금융회사 대출(2조원), 기업어음(CP, 2500억원) 발행 등을 총동원했다. 조달한 자금의 대부분을 합병에 반대하는 전환상환우선주(RCPS) 및 회사채 투자자의 투자 원리금을 상환하는 데 주로 투입했다. 합병 몸만들기로 단기 차입금이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합병 법인에 재무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 E&S는 최근 자본시장에서 5조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했다. 지난 15일 증권사를 비롯한 여러 금융회사에서 2조원 규모의 신디케이트론(협동대출)을 받았다. 대출 만기는 1년으로 한도 내에서 자금을 인출해 사용할 수 있는 한도대출이다. 뒤이어 17일에는 2조8000억원 규모의 단기 사모채도 발행했다. 만기는 일주일로 사채 금리는 연 3.90%다. 지난 4일에는 2500억원 규모의 3개월 만기 CP도 발행했다. 이에 따라 SK E&S의 CP 잔액은 기존 3000억원에서 5500억원으로 늘어났다.

SK E&S는 조달한 자금의 대부분을 합병에 반대하는 투자자 이슈를 해결하는 데 주로 사용했다. 글로벌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에 3조원대의 RCPS 투자금을 정산해 줬다. 기존에 발행한 회사채를 만기 전에 되사주는 ‘바이백(Buy-back)’에도 2조원가량의 자금을 투입했다.

SK E&S는 과거 KKR을 대상으로 대규모 RCPS를 발행한 바 있다. 2021년 11월 2조4000억원, 지난해 1월과 10월에 각각 3675억원씩 등 총 3조135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SK E&S는 KKR이 이번 합병에 찬성하는 조건으로 RCPS의 투자금을 정산해 주고 도시가스 자회사를 통해 유사한 조건의 RCPS를 재발행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약 2조8000억원 규모의 단기 사모채를 발행해 RCPS를 우선 상환하는 데 3조원대 자금을 썼다. 이 단기 사모채는 다시 도시가스 자회사가 RCPS를 재발행해 상환할 예정이다. SK E&S는 강원도시가스 등 도시가스 계열사 7곳을 자회사로 두는 중간 지주사 E&S시티가스와 E&S시티가스부산 등 2개의 신설 법인을 설립해 기존에 발행된 RCPS와 유사한 조건으로 RCPS를 재발행할 계획이다. 도시가스 자회사가 RCPS를 발행해 조달한 자금을 SK E&S가 다시 차입한 뒤, 그 돈으로 단기 사모채를 상환하는 방식이다.

금융회사에서 대출로 빌린 2조원은 기존 회사채를 바이백하는 데 투입했다. 바이백은 아직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회사채를 되사주는 것을 말한다. IB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합병이나 분할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신용도에 부정적인 변화가 생길 수 있어 기존 채권자들이 반대할 수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채권자 요구에 따라 회사채를 바이백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SK E&S는 5조원 이상의 자금을 기존 채무를 해결하는 데 사용해 차입금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SK E&S 관계자는 “1주일 만기의 초단기 사모채는 RCPS를 재발행한 자금으로 상환하고, 나머지 차입금도 기존 회사채 바이백에 투입해 실질적으로 차입금이 늘어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관련 업계는 합병 몸만들기 과정에서 단기 차입금이 많이 증가하면서 합병 법인의 재무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IB업계 관계자는 “10월에 한꺼번에 조달한 5조2000억원의 차입금이 모두 만기 1년 이하의 단기차입금에 해당한다"면서 “RCPS는 그대로 남고 2조원의 신디케이트론 등의 단기 차입금이 증가해 합병 이후 SK이노베이션의 기존 채무와 SK온 지원을 위한 추가 차입 등과 함께 재무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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