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재학이 이야기, 한강이라는 소설가가 써줬다” [취재 뒷담화]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의 주인공 ‘동호’의 실제 모델은 1980년 5월 광주에서 사망한 광주상고 1학년생 문재학 군이다. 당시 문 군의 부모는 ‘교련복 입은 학생이 숨져 망월동 인근에 매장당했다’는 소문을 듣고, 그해 6월 초 가매장된 곳의 흙을 파헤쳐 막내아들의 시신을 찾아냈다. 2018년 5월 문 군의 부모 김길자·문건양씨(〈시사IN〉 제557호 ‘아들의 손 놓고 울음 삼킨 38년’ 기사 참조)를 인터뷰한 이명익 사진기자에게 물었다.
당시 문 군 부모는 아들 이야기를 다룬 소설의 존재를 알고 계셨나?
지나가듯 “우리 재학이 이야기가 소설로도 나왔다”라고 하더라. 무엇인지 물었더니 “한강이라는 소설가가 써줬다”라며 〈소년이 온다〉 책을 꺼내 보여주셨다.
어떤 계기로 두 분을 만났나?
5·18 광주민주화운동 38주년을 앞두고 ‘포토IN’에 5·18 피해자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5·18 기념재단에 연락해서 김길자·문건양 두 분을 소개받았다.
이후 한 번 더 지면에 모신 적이 있다고?
2021년 미얀마 민주화운동에 연대와 지지의 뜻을 전하는 광주 시민들의 ‘세 손가락 경례’ 모습을 사진으로 담은 기획(〈시사IN〉 제714호 “끝까지 해야 써. 근디··· 너무 희생자가 많이 나오잖아요” 참조)을 할 때 두 분께 다시 연락드렸다. “지금의 미얀마가 그때의 광주라” 하며 흔쾌히 사진 촬영에 응해주셨다.
한강 작가는 아버지 한승원 작가를 통해 “세계 각지에서 전쟁이 벌어져 날마다 죽음이 이어지는데 어떻게 (수상 관련) 잔치를 하겠나”라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문 군 부모님, 한강 작가 같은 이들 덕분에, 폭력에 항거하는 인류의 연대가 이어지고 있다.